홈에버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 이랜드노조가 교섭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측이 ‘노사화합선언’, ‘무파업 선언’, ‘임금인상 위임’ 등을 요구하고 쟁점인 해고자 복직 문제에 노조 임원 등 12명에 대해 ‘불가’ 입장을 고수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고용 보장 차별 시정 등 합의
이랜드일반노조(위원장 김경욱, 이랜드노조)는 지난 10월초 홈플러스 사측하고 상견례와 첫 번째 교섭을 했다. 그러나 일괄타결을 요구하는 사측과 이랜드노조와 입장 차가 커 타결엔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랜드노조는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며 교섭 보고를 통해 내용을 밝혔다.
이랜드노조가 밝힌 내용을 보면 우선 몇 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합의 사항은 △외주화 중단 △16개월 이상 비정규직 고용 보장 △비정규직 차별 시정 △ 민사소송 및 고소 취하 이다.
이랜드일반노조가 11월 1일 투쟁 500일 문화제를 서울 영등포홈플러스 앞에서 하고 있다.
외주화 문제를 보면 홈플러스는 ‘추가적인 외주화 중단’의 요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외주 업체가 담당하고 있는 ‘베이케리’와 ‘샐러드바’ 등을 순차적으로 직영 전환하기로 했다. 또 현재 홈플러스는 영업부서와 계산원 업무를 직영체제로 하고 있는데 홈에버 매장에 외주화 되어 있는 핵심부서를 직영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이랜드노조는 내다봤다.
외주화 문제는 이랜드노조 파업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만큼 이랜드노조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하고 있다.
16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장도 합의했다. 현재 이랜드노조 단협에는 18개월 이상 근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 기준을 2개월 낮췄다. 이랜드노조는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3개월 이상 근무자의 고용 보장을 요구했는데 “홈플러스가 비정규직을 단순히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하였기 때문에” 사측 안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차별 시정의 내용을 보면 무기계약직 파트타임 노동자에게 공휴일 무급 휴가에서 유급 휴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또 인사이동시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데 합의했다. 임금을 제외한 차별의 거의 시정되었다고 노조는 설명한다.
또 이랜드 경영진이 취했던 이랜드노조에 대한 민사소송 및 형사고소 건에 대해서도 홈플러스는 모두 취하하고 재판 중인 건에 대해서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상대로 낸 소송과 고소는 취하를 보류하겠다고 연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단체협약 갱신 부분은 기존의 단체협약을 승계하기로 합의했다.
해고 노조임원 복직불가, ‘무파업선언’ 등 사측 ‘고집’
이런 ‘성과’에도 타결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핵심 쟁점인 해고자 복직에 대한 입장차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또 사측이 ‘노사화합 선언’, ‘무파업 선언’ 등을 고집하는 것도 타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해고자 복직 문제는 핵심 쟁점이다. 노조는 해고자 24명 전원 복직을 요구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측은 사측이 정한 12명은 ‘복직 불가’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복직 불가’ 12명은 노조 임원 등 핵심간부들이다. 12명을 뺀 나머지 인원은 내년 1월 까지 순차적으로 복직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강하게 반발한다. 노조를 와해 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노조는 지도부가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분회장까지 복직에서 제외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한다.
또 작년 이랜드에서 대량 해고 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도 ‘복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투쟁500일 문화제에서 조합원이 손바닥 도장을 찍으며 다시 투쟁 결의를 다지고 있다.
또 홈플러스 사측은 ‘노사화합선언’과 ‘무파업 선언’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 걸어 교섭을 어렵게 하고 있다. 노조로서 받아 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 걸고 교섭을 하는 건 교섭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김경욱 위원장은 교섭 결렬을 알렸다. 지난 11월 1일 ‘투쟁500일 문화제’에서 김위원장은 사측의 이런 태도를 비난하며 교섭 결렬을 알렸다. 김위원장은 “사측이 해고 동지들을 놔두고 복귀하라는 데 그럴 수 있겠냐? ‘무파업선언’ ‘노사화합 선언’ 하라는데 그럴 수 있겠냐”며 사측을 비난하고 요구 관철 될 때까지 투쟁하자고 결의를 주문했다.
‘12인’ 최대한 복직 돼야 수용 가능
이랜드 노조는 11월 3일 조합원 총회를 가졌다. 총회에선 지도부에 교섭권을 위임하며 교섭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고 이랜드노조 이경옥부위원장은 전했다. 이 부위원장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크다. 위임했기 때문에 믿는다. 조급하게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조속한 타결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조합원들이 빨리 복귀하고 싶어한다. 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생계를 해결해 가고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징계자가 더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순천분회 조합원 4명이 벌금을 받아 징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일방적인 타결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부위원장은 "투쟁한 결과가 없는데 들어갈 수 있느냐는 자존심이 있다. 해고자만 남기고 들어갈 수 있느냐는 의견들이 있다“며 일방적으로 굽히지 않을 뜻을 밝혔다.
문제는 ‘12’인의 복직 인원수에 달린 듯 보인다. 12인의 복직 인원수를 최대한 늘린다는 게 노조의 생각이다. 이부위원장은 “12인에 대한 복직인원을 최대한 늘리고 사측 안을 수용하겠다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12인’의 복직 문제가 이번 교섭에 핵심 부분으로 떠오른 가운데 향후 진행 상황이 주목 된다.